[오늘의 설교] 가시를 흔적으로



프랑스 파리에 비스콘티(Visconti) 거리가 있습니다. 이 거리가 유명해진 이유는 종교개혁자 칼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프랑스 개신교 성도들(위그노)이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1555년 최초의 개신교 교회를 이곳에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572년 8월 24일 성 바돌로매의 날 자정, 제르마인 성당의 종소리를 신호로 개신교인들에 대한 대학살이 시작됩니다.

사흘 동안의 학살로 파리에선 3000명, 프랑스 전역에는 3만 명 넘는 성도가 학살당합니다. 파리의 개신교회는 이 날 이후로 대학살의 신호탄이었던 종소리를 생각하며, 더 이상 교회에서 종을 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상을 의학적 용어로 ‘트라우마(Trauma)’라 합니다. 재해를 당한 뒤 생기는 심리적·정신적 상처입니다. 사도 바울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고후12:7)

그의 육체에 가시가 있었습니다. 본문의 ‘가시’는 헬라어로 ‘스콜롭스’로 ‘막대기, 말뚝, 나뭇 조각, 가시’를 의미합니다. 자신의 육체를 가시처럼 콕콕 찌르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바울이 지닌 육체의 가시는 생활 속에서 힘들고 불편한 정도가 아닌, 복음 전도자로 사역할 때 결정적인 장애물이 됩니다.

‘육체의 가시’를 ‘사탄의 사자’로 표현한 이유도, 사역을 방해하는 영적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지닌 삶의 문제가 인생의 문제를 넘어서서 신앙의 걸림돌이 되고, 복음 증거의 장애물이 된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이 ‘사탄의 사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닌 신앙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바울은 육체의 가시를 위해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고후12:8)라며 하루 세 번 씩, 간절히 기도합니다. 결국은 기도입니다. 문제는 바울은 육체의 가시가 깨끗해지길 기도했지만, 주님의 응답은 이렇습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12:9)

주님의 응답은 바울에게 육체의 가시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지식과 열정과 경험과 동역자 등 더 많은 은혜를 주셨다는 응답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응답은 육체에 가시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라는 응답입니다. 그 이유는 육체의 가시가 바울을 겸손(7절)하게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고, 인간이 겸손해지면 그때 주님께서 도리어 높여주시기(벧전 5:6) 때문입니다.

바울도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12:9b)라며 약한 것들이 도리어 그리스도의 능력임을 선포했습니다.

약한 것이 능력이 되는 대표적 사건이 십자가입니다. 고난과 수치와 저주의 상징인 십자가를 그리스도께서 능력과 구원과 사랑의 십자가로 바꾸십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육체의 가시는 더 이상 가시가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가시를 흔적으로 만드십니다. 그리고 예수의 흔적으로 복음 전도자로 사용하십니다.

우리가 지닌 육체의 가시, 트라우마, 삶의 고통과 아픔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도리어 주님께서는 ‘육체의 가시’를 ‘예수의 흔적’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우리 속에 있는 예수의 흔적을 보며 예수의 능력을 나타내는 성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임석호 김천서부교회 목사

◇김천서부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으로 1952년부터 지금까지 예수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적어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길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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