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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위 학생들 정신병원에 감금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자 이란 당국이 시위에 참여하는 초·중·고 학생들을 체포해 정신병원과 다름없는 교육시설에 가두고 있다. 이란 내 보수 진영에서는 당국의 강경 대응이 ‘지나치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최근 이란 보안 당국의 강경한 시위 진압으로 어린이가 상당수 사망했다며 시위 중 체포된 학생 수백명이 성인 교도소에 갇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세프 누리 이란 교육장관은 이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학생이 ‘심리 기관’에 구금돼 있다”며 “반사회적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들을 시설에서 재교육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의 시위 진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당국은 수도 테헤란 등에서 밤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제하며 시위 확산을 막고 있다. 기존에 사용할 수 있던 왓츠앱과 인스타그램마저 접속이 막혔다. 현재까지 이뤄진 기소는 60여건이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지금까지 2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붙잡힌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에서 촉발됐다. 경찰은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해 숨졌다고 반박했다.

시위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이란 내 보수진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진영 핵심 인사인 알리 라리자니(65) 전 이란 국회의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의 강경 노선은 보편적이지 않다”며 “히잡은 문화적인 것일 뿐이며, (이를 강제할) 법령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엔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착용해 왔다”면서 “문화 현상으로 접근하면 강도 높은 대응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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