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3연임을 확정하며 ‘영수’ 칭호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수는 중공 100년 역사상 마오쩌둥에게만 부여됐던 호칭이다. 시진핑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 반열에 오른다는 의미다.
이번 당 대회에선 당장(黨章)에 명기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시진핑 사상’으로 축약돼 지도적 지위를 확립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전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사상이 당의 헌법 격인 당장에 명시된 지도자 역시 마오쩌둥밖에 없었다. 영수 호칭과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이 모두 이뤄지면 시 주석은 3연임을 넘어 종신집권이 가능해진다.
마오의 전유물이었던 영수 칭호가 시 주석에게 부여된 건 지난 4월 광시좡족자치구 당 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시 주석을 향한 헌사가 이어지던 중 “영원히 영수를 추대하고 호위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중국 관영 CCTV가 지난 8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16부작 다큐멘터리 ‘링항’(領航·항로를 인도한다는 뜻)에서도 지방 시찰 중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환영받는 시 주석의 모습 위로 ‘인민은 인민영수를 사랑한다’는 자막과 내레이션이 등장했다. 링항은 시 주석 집권 10년의 성과를 부각하는 내용이다.
홍콩 명보는 지난 7월 현재 ‘당의 핵심’으로 불리는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인민 영수’ 호칭을 얻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공식 직위에서 물러난 뒤로도 한동안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시 주석의 종신집권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움직임은 당장에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 대회 준비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지난 9~12일 개최된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9기 7중 전회)에서도 시 주석의 당 핵심 지위 확립 및 수호가 부각됐다.
중앙위는 회의 결과를 담은 공보문을 통해 “공산당은 ‘두 개의 확립’의 결정적 의미를 깊이 깨닫고 ‘두 개의 수호’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개의 확립은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및 시진핑 사상의 지도직 지위를 확립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개의 수호는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지위와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를 결연히 수호한다는 뜻이다. 시 주석의 측근이자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는 당 대회 때 심의할 당장 개정안 초안을 설명했다. 초안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가 새롭게 명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지도자가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사상을 당장에 넣은 건 1945년 마오쩌둥이 유일하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도 사후에야 ‘덩샤오핑 이론’이 당장에 삽입됐다. 베이징 소식통은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이 2017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장에 넣고 이듬해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한 것만 보더라도 이미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 대회 이후 중국의 대내외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무대는 미·중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다음 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첫 대면 회담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지도자가 된 시 주석이 미·중 관계와 대만 문제에 있어 한층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는 2027년 중국이 대만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 9~12일 개최된 7중 전회 공보문에는 지난 5년간의 대외 정책에 대해 “국익을 중시하고 국내 정치를 우선시했다”고 평가한 대목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힘을 과시하는 중국식 ‘늑대 외교’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 국내 정치적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조는 시진핑 집권 3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내부적으로는 경기 침체와 빈부격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탓에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인 5.5%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정상이 더디면 시 주석이 내세우는 분배에 중점을 둔 공동 부유를 실현하기 쉽지 않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