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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전술핵 B61



인류 최초 핵무기 개발 계획 맨해튼프로젝트를 완수한 미국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1963년 새로운 핵폭탄 설계에 돌입했다. 1950년대 생산된 B28 B43 등은 무겁고 운용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당시는 소련과의 핵 경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때였다. 1950년대에만 핵실험을 200번 넘게 한 미국은 군이 필요로 하는 어떤 형태의 핵무기도 신속히 제조할 능력이 있었다. 5년 뒤인 1968년 무게 320㎏에 불과한 B61 생산이 시작됐다. B61은 수소폭탄인데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위력을 수십배 낮게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 전술핵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전술핵은 위험한 발상이다.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발간한 핵태세검토보고서에는 “핵무력의 근본적인 역할은 핵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는 이유는 오직 적국의 핵무기 사용 억제뿐이라는 게 미국의 기본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술핵은 다르다. B61 같은 공중 투하형도 있지만 대포로 쏘거나 어뢰에 장착해 발사하기도 한다. 주한미군은 한때 핵배낭을 보유하기도 했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전략핵에 비해 크게 낮아 공격을 받아도 핵으로 맞대응하려면 엄청난 결단을 해야 한다. 그래도 핵은 핵이기에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에서는 전세를 한순간에 뒤집는 게임체인저로 작용한다.

B61은 지금까지 3000여기가 생산됐다. 미국과 러시아의 몇 차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으로 많은 양이 폐기됐지만 아직도 미국 본토와 유럽에 400여기가 배치돼 있다. 게다가 미국은 2014년 대형 수소폭탄 B83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정밀유도장치를 장착한 B61-12 개발에 착수했고, 8년 만인 지난 6월 B2 스텔스 폭격기를 이용한 투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신형 핵무기는 전략 폭격기뿐 아니라 F16 같은 전투기에 장착할 수도 있다. 스텔스 전투기 F35에 싣고 적의 심장부를 타격하는 핵폭탄. 탄도미사일과 전혀 다른 핵무기가 떠오른 것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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