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밤사이 카카오톡 문자가 왔는지 살펴본다. 대중교통으로 출근 혹은 등교 때는 카카오버스나 카카오지하철 앱을 열며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카톡으로 받은 기프티콘으로 간식을 먹고 점심은 카카오페이로 결제한다. 회식을 마친 뒤에는 카카오T를 통해 택시를 부른다.
2022년 대한민국 국민이면 이런 일상에서 벗어난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90%,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80~90%를 카카오가 장악하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예약, 주문, 결제, 선물, 음악듣기 등의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카카오 세상에서 산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일상을 지배한 카카오 제국이 흔들리면 어찌될까. 지난 주말 우리는 그 결과를 똑똑히 목격했다. 15일 오후 카카오 데이터 시설이 입주한 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나자 카톡, 카카오T,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대부분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전화보다 카톡이 익숙한 청소년들, 택시를 잡으려는 주말 나들이객, 외식·배달족들 모두 낭패를 봤다. 네트워크망이 무너지자 대한민국이 멈췄다.
잘 나가던 중 발생한 돌출 사고였다면 해결은 간단하다. 하지만 카카오의 지난 1년 행보를 보면 이번 사건이 ‘재수없이 닥친 일’로 보긴 어렵다. 카카오 계열사는 2018년 72개에서 올해 5월 136개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눈부신 외형 성장 와중에 골목상권 침해, 갑질 논란을 반복해 신뢰를 까먹었다. 경영진의 시간외 대량 주식 매도, 회사 잇속만 챙긴 잇단 쪼개기 상장은 개미들의 분노를 샀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카카오그룹 시총은 올 초 111조원에서 16일 현재 약 36조8000억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주말 카카오 대란은 데이터 분산이라는 플랫폼 기업의 기본 대응을 소홀히 한 게 컸다. 어쩌다 악재가 아닌 잇따른 인재의 일부였다. 혁신을 등한시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안주해온 데 대한 위기 징후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일이 성장통이 될지 추락의 전조가 될지는 카카오 하기에 달렸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