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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트러스 총리, 취임 한 달여만 실각 위기

감세 정책 강행으로 위기에 빠진 트러스 총리가 같은 날 총리 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새 재무장관이 된 제러미 헌트가 14일(현지시간)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공관에 들어가고 있다. 그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과 정반대인 증세와 공공지출 삭감을 시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한 달여 만에 실각 위기에 놓였다. 대표 정책인 소득세 인하와 법인세 인하 등 감세 기조가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촉발하며 초고속 레임덕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집권 보수당에서 트러스 총리의 조기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보수당 중진그룹 의원들이 보수당을 구원하기 위해 트러스 총리의 퇴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450억 파운드(약 72조원)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으나 이는 영국과 전 세계 금융시장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트러스 총리는 전날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그러나 보수당은 이미 트러스 총리가 신임을 잃었다고 보고 새 인물 찾기에 나섰다.

보수당 중진그룹 의원은 17일 트러스 총리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일부 의원은 트러스 총리가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의원들은 트러스 총리가 집권하고 있지만 통제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 의원은 “트러스는 지금 이런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며 “이제 선택은 그가 저항하거나 쫓겨나는 것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를 대체할 인물로는 당대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에게 패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이 거론된다. 수낵 전 장관과 모돈트 부장관은 모두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을 비판했던 인사다. 한 소식통은 “그들도 앉아서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제는 보수당과 경제를 구출하는 임무가 됐다”고 말했다.

콰텡 재무장관 후임인 제러미 헌트의 증세 기조도 트러스 총리의 운신 폭을 좁게 한다. 헌트 장관은 이날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에 대해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며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금은 사람들이 바란 만큼 줄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며 “모든 정부 부처에 추가 절감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 기조와 정반대로 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헌트 장관의 증세에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행사에서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며 “8월에 분석했을 때보다 물가상승 압력에 더 강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헌트 장관과 어제 통화했으며 재정 지속가능성과 그에 관한 조치의 중요성 등에 관해 즉시, 명백하게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BOE는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2.25%에서 0.75% 포인트나 1% 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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