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교회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만남과 대화’입니다. 알고 지내는 동료 목회자나 신학적으로 가까운 교단끼리 어울리는 ‘이너서클’ 모임을 넘어 서로 다른 예전을 가진 교회와 대화하고 교류하는 게 요즘 세계교회의 트렌드입니다. 다르다고 배척하던 시대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세계기독교포럼(GCF) 아시아 지역대회가 열렸습니다. ‘다종교 맥락에서의 신앙적 충만함’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교파가 모였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오순절세계협의회(PWF)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 등 국제기구를 비롯해 미얀마복음기독교연맹, 방글라데시복음연합, 네팔국제교회연합, 몽골교회연합 등에서 40여명의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GCF는 1998년 당시 WCC 총무이던 콘라드 라이저 박사의 제안으로 태동됐습니다. 에큐메니컬 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교회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죠. 공감대는 컸습니다. 2002년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60여개 회원교회가 모여 첫 포럼을 가졌습니다. GCF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4개 기둥은 WCC와 PWF, 세계복음주의연맹(WEA), 로마가톨릭 교회입니다. 한국 상황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진보·보수교회의 벽이 높은 한국교회에서는 신학적 성격이 다른 교단과는 강단 교류조차 쉽지 않습니다. 세계교회는 이런 장벽을 이미 오래전 넘었는데도 말입니다.
수십 년 전부터 약진하는 남반구 교회는 성장의 비밀을 쥐고 있습니다. 초창기 교회 역사를 썼던 북반구 교회는 신학적 정통성과 유구한 역사 유산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학적 성격이 다른 교회는 내가 속한 교회와 교단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지난 5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기구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까지 교환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느닷없이 “한교총 회원 중 WCC와 교류하는 교단과는 통합 논의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를 겨냥한 발언이었습니다. 기구 통합에 대한 한기총 내부 반발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WCC를 소환한 건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WCC 안에도 다양한 성격의 교회가 모여 있습니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미국과 영국, 호주교회도 있고 오순절교회와 정교회 같은 교회도 섞여 있습니다. 보수적 교회의 대척점에 WCC가 서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WCC는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11차 총회를 열었습니다. 총회 기간 중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 기도회가 진행됐습니다. 세계 교회 관계자들이 함께 찬양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적잖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함께 기도하고 찬양할 수 있었던 건 예수 그리스도 덕분이었습니다. 서로 달라도 예수를 구주로 고백한다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죠.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교회가 할 일은 미움을 내려놓고 한데 모여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 아닐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