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무차별 폭격을 가한 지 일주일 만에 자폭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연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 나서자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조속한 대공 방어 시스템 지원을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 여러 곳에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가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키이우에선 4차례 폭발이 일어났으며 번화가인 셰브첸키프스키의 아파트 여러 채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아파트 잔해에서 19명을 구조했으나 최소 2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사망자 2명은 젊은 부부로 여성은 임신 6개월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과 근접한 곳에 거주하는 이호르 스투파코프는 “머리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고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소총과 미사일로 드론을 쏘는 것을 봤다”며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건물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다른 도시 6곳에서도 공습 경보가 울리고 대피령이 내려졌다. 동부 수미주 지역에서는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남쪽에서 날아오는 드론 15대와 동쪽에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 3기를 격파했다고 밝혔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가능한 한 빨리 방공망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며 서방의 지원을 촉구했다.
러시아가 공격에 사용한 드론은 이란산 드론인 ‘샤헤드136’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가미카제 드론’이라 불리는 샤헤드136은 폭발물을 싣고 목표물에 돌진하는 자살폭탄형 무인기다. 이란은 드론 공급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최근 러시아가 무기 고갈에 직면했다는 증거라는 시각도 있다. 국방 전문가인 저스틴 크럼프는 BBC에 “드론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 14일 “더 이상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불필요하다”는 발언을 무기 재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러시아는 병력 9000여명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배치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벨라루스는 방어 목적이라고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키이우 공격을 위한 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