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첨단 무기에 미국이 개발한 신기술이 사용된 단서가 발견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국방부(Pentagon·펜타곤)의 예산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기술 상당수를 중국 거래처에 넘긴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공개 계약서와 중국 정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지금까지 300여개 이상의 무기 관련 미국 첨단기술이 중국에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기술을 개발한 미국 업체가 중국 국방연구기관들과 직접 또는 간접 계약을 체결해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 중에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기술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해 순식간에 목표물을 타격하는 ‘차세대’ 미사일이다. 기존 방공무기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해 ‘전장의 게임체인저’라고 불린다. 지구상 어느 곳이든 1~2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옛 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 비유할 정도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신문은 또 “미국 정부가 첨단 핵심기술의 중국 유출을 막기 위해 실시한 다수의 제재와 통제에도 우회·재판매 등의 방식으로 상당수 기술이 중국 정부에 넘어가고 있다”면서 “2019년 이후 50개 가까운 미국 기업들이 중개자를 거치거나 중국 회사들과의 직거래 등으로 첨단 무기 관련 기술을 유출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애리조나의 조나테크놀로지, 캘리포니아의 메타콤테크놀로지는 재판매자를 통해 중국항공역학원(CAAA)에 기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판매했다.
실제 실험을 최소화하고 가상으로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이 시뮬레이션은 미사일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핵심 기술이다. CAAA는 중국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한 기관이다. 두 미국 업체는 펜타곤의 기술개발 지원 대상에 포함돼 각각 3160만 달러와 139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소재 앤시스는 중국 협력사의 자회사를 통해 베이징이공대학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중국 최고의 국방 관련 대학인 이곳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지멘스 미국법인, 애리조나의 4D기술 개발업체도 중국에 관련 기술을 넘겼다.
신문은 “관련 기업 가운데 펜타곤 자금 지원으로 기술을 개발한 곳이 상당수”라며 “사실상 미국의 세금이 중국 첨단무기 개발에 흘러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