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58) 만나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2일 교회 창립 41주년 기념 예배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은퇴할 때 교회로부터 받기로 한 주택을 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베스트셀러 저자로 벌어들이는 인세, 외부 집회에 나선 뒤 받는 사례비까지 몽땅 교회에 내놓던, 그래서 본인 명의의 자산이 하나도 없던 그가 훗날 받을 ‘최후의 재산’까지 내놓기로 결심한 셈이었다. 이 내용은 이튿날 국민일보 지면에 소개됐는데 기사엔 ‘가난한 목회자의 작지만 위대한 기부’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김 목사는 이 기사에 얼마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생각이 너무 미화됐다는 게 불만의 요지였다. 그러면서 대화는 국민일보와 ㈔월드휴먼브리지가 펼치는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세아기) 캠페인과 관련된 이야기로 뻗어 나갔다. 김 목사는 월드휴먼브리지 대표이면서 이 캠페인을 처음 구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다음은 김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 3일자 국민일보에 실린 기사에서 무엇이 우려되는 건가.
“‘가난한 목회자’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다. (자신의 안경이나 옷을 가리키면서) 이것들도 모두 교인들한테서 받았다. 공적인 일엔 ‘교회 카드’를 사용하니 금전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때가 거의 없다. 무엇보다 내가 밝힌 기부의 뜻이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에게 상처가 될까 두렵다. 은퇴하면 살 곳도 마땅치 않은 목회자가 많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대형교회 목회자가 은퇴 후 교회로부터 받기로 한 집을 내놓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어떻겠는가. 가슴에 못을 박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각종 사례비도 헌금으로 내놓고 본인 명의의 재산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든 걸 교회에 내놓는 이유는 스스로 돈을 모으는 ‘습관’을 갖지 않기 위해서다. 외부 집회 사례비까지 교회에 내놓으면, 성도들은 나의 외부 활동을 ‘사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나의 사명처럼 여기는 게 있다면 한국교회를 재정적으로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교회의 미래가 담보된다.”
-교회가 약속한 ‘노후용 주택’까지 내놓기로 한 이유는 뭔가.
“이 운동(세아기 캠페인)은 내가 먼저 본을 보이지 않으면 ‘성립’이 안 되는 캠페인이다. 한국교회가 기부 문화 확산, 특히 유산 기부 캠페인 성공을 주도하려면 중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노후용 주택 기부 기사로) 내가 큰 교회 목사들로부터 비난을 받더라도, 가령 ‘너만 잘났냐’는 식의 욕을 먹더라도 상관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결단이 목회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압박이 됐으면 한다. 중대형교회 목회자라면 돈을 모을 필요가 없다. 교회는 목회자의 노후를 보장해주고, 목회자는 그 이상의 금전적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국민일보와 세아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교회는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해내지 못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부를 일군 세대가 이제 평생 모은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주도해 세상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일이 유산 기부 캠페인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이 캠페인은 많은 NGO가 도전했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다.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아울러 한국교회의 재정도 이 운동을 통해 투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전부 안 된다고 말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평생 교회에 헌신한 성도들을 상대로 유산 기부를 독려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나교회 담임을 맡으면서 ‘장로 헌금’ 제도를 폐지했다. 과거엔 장로 직분을 받으면 거액을 헌금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장로가 된 성도들이 교회를 위해 자신이 할 일은 끝났다고 여기더라. 장로가 되려고 헌신한 게 아니고, 헌신하기 위해 장로가 된 것 아닌가. 교회와 세상을 향한 헌신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내놓는 것이 헌신이다.
뭔가를 가지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소유를 내려놓을 때 소유하게 되는 게 있다. 세아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떠올린 키워드 중 하나가 ‘멋진 노년’이다. 사람들에게 평생 모은 것을 멋지게 쓰고 죽자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우리네 노년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세아기 캠페인은 성공할 수 있을까.
“훗날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실패한 프로젝트로 남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미 성공한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내 신념에 공감하면서 후원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을 보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벌일 때 이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 많은 사람을 만났을 때 ‘돈 좀 내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웃음). 확실한 것은 목회자들이 먼저 이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먼저 이 캠페인에 동참해줘야 한다. 거기에 세아기 캠페인의 성패가 달려 있다.”
특별취재팀=박지훈 최경식 신지호 기자, 조재현 우정민 PD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