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일제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당 중앙 핵심 지위를 강조하고 나섰다. 오는 22일 폐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10년 주기 권력 교체 전통을 깨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할 시 주석을 우상화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전날 간쑤성 대표단 토론회에 참석해 “시 총서기의 보고서는 당과 국가를 미래로 인도하는 강령적 문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강력한 영도 아래 지난 10년 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 주석 1인 체제를 상징하는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지위 및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하고, 시 주석의 지위와 함께 당 중앙의 권위와 영도를 수호한다는 의미다. 이 둘은 당장(당헌)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오랜 측근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도 같은 날 쓰촨성 대표단을 만나 “시 총서기의 보고는 주제가 명확하고 기세가 드높으며 마르크스주의의 진리를 담은 한 편의 빛나는 강령적 문헌”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지난 5년의 성과는 당의 역사와 사회주의 건설사, 중화민족 발전사에서 기념비적인 의의를 갖는다”며 “두 개의 확립은 당과 국가를 승리로 이끄는 정치적 보증”이라고 강조했다.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 부총리도 각각 지방 대표단을 만나 시 주석 찬양에 가세했다. 정치국 상무위원 6명 모두 시 주석의 핵심 지위 확립에 동의한 것이다.
당 대회가 개막한 지 사흘이 지나면서 차기 지도부 인선에 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최대 4명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리 위원장과 한 부총리는 68세 은퇴를 의미하는 ‘7상8하’ 관례에 따라 물러날 것으로 전망됐다. 차기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거론됐던 리 총리도 은퇴가 예상된다. 이들이 물러난 자리에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리시 광둥성 당 서기,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가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SCMP는 “시 주석이 전례 없는 3연임을 위해 자신을 지지할 새로운 팀을 구축하면서 예상보다 큰 폭의 지도부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도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기용할 준비를 해왔으며 그가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리 서기는 두 달 넘게 이어진 상하이 봉쇄에 대한 책임론 때문에 입지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측근을 앉히려는 시 주석의 포석에 따라 총리 발탁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20차 당 대회 폐막일인 22일 중앙위원회 위원 200여명을 새로 선출하고, 이들이 23일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 1중 전회)를 소집해 당 총서기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선출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