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 국가들의 감산 결정으로 촉발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더욱 냉랭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기업들에 사우디에서의 사업 확장 자제를 권고하는 방안 검토에 나섰다. 사우디는 자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금한 미국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미 NBC방송은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 중 하나로 사업 확장 자제 권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현직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사우디의 최근 행동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검토되는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불편한 관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관련 행사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 행사는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무부 장관을 보냈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상무부 부장관을 보냈다.
사우디도 지난 3일 트위터에 자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에게 징역 16년 형을 선고하고 이후 16년 동안 해외여행을 금지했다. 사우디 정부는 알마디가 테러리스트 사상을 갖고 자국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테러 자금을 댔다고 주장했다.
알마디는 지난해 11월 가족 방문을 위해 사우디 리야드를 찾았다가 공항에서 체포됐다. 선고대로 복역하면 88세에 출소하고 104세가 돼야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동맹이 미국 시민을 억류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틀어진 양국 관계는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도 해결되지 못했다. 최근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 감산 결정을 주도하면서 더욱 냉랭해졌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1500만 배럴을 올해 안에 추가 방출하는 계획을 19일 발표한다고 AP·로이터통신이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추가 방출분은 지난 3월 승인된 1억8000만 배럴 방출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11월 종료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적은 판매로 남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출로 줄어든 비축유를 보충하는 방안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 달 8일 중간선거 전 인플레이션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