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과 AP통신이 보도했다. 계엄령 선포 지역 가운데 헤르손에서는 이날 주민 대피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주민을 겁주려는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확대 국가안보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지난달 합병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 지역에 계엄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계엄령은 20일부터 발효된다. 러시아는 지난달 이 지역 주민을 상대로 강제적 성격의 투표를 진행하고 합병을 선언했다.
계엄령 선포는 이 지역에서 더 강한 군사 작전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최근 점령지 4곳에서 서방 무기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8개 지역에도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벨고로드 쿠르스크 크라스노다르 보로네즈 로소토프 브리얀스크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 산하에 정부 기관 간 협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조정 위원회 설립을 지시했다.
계엄령 선포 지역 가운데 헤르손에서는 이날 주민 대피가 시작됐다.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살도는 온라인 방송에서 “(드니프로강 서안에서 동안으로) 보트를 통해 대피가 시작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주민 5만~6만명이 매일 약 1만명씩 러시아 지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주민들에게 곧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실장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 쇼”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군은 시민을 향해 총을 쏘지 않는다. 원시적인 수준의 러시아 전술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전황과 관련해 “매우 어렵다”며 “향후 신중하게 행동하되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이 러시아에 미사일 추가 지원을 약속하는 등 두 나라는 더 밀착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의 모하마드 모흐베르 수석 부통령이 지난 6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군에 지대지미사일과 드론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복수의 이란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에 제공하기로 한 미사일은 ‘파테110’과 ‘졸파가르’로 300~700㎞ 거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지대지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과 갈등하며 국제적으로 고립된 국가끼리 미국을 큰 적으로 규정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또 러시아군 조종사의 드론 조작을 지원하기 위해 자체 교관들을 크림반도 지역에 파견했다고 NYT가 전·현직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방위 드론 공격을 강화한 시점과 이란 교관이 크림반도에 배치된 시점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란이 전쟁에 더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점을 문제 삼아 이란과 단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이란의 무기 제공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2231호)을 위반했다고 보고 19일 안보리 회의에 해당 안건을 제출 했다.
박재현 한명오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