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후임 지명 때까지 총리직 유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결국 사임키로 한 것은 대규모 감세안이라는 정치적 모험수가 ‘최악의 실패’로 귀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직후 영국 경제를 부양하겠다며 최고소득세율 폐지 등을 포함한 감세안을 내놨다가 위기를 자초했다. 감세에 따른 적자를 메꿀 재정대책이 전무하다는 시장의 비판과 불신이 이어지면서 영국발 재정위기설이 터져나오고 파운드화 환율이 40년만에 ‘1파운드=1달러’에 접근할 정도로 폭락한 것이다.
그러자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영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을 철회했지만, 사임하라는 당내외 압력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사임 하루 전인 19일에도 의회에 출석해 “나는 싸우는 사람이지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총리직 사수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민심도 등을 돌린 상태였다.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유고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러스 총리에 대한 호감도는 10%에 그쳤다. 80%는 그가 ‘싫다’고 답했다.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데일리스타는 최근 트러스 총리와 유통기한 열흘짜리인 양상추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갈 것 같냐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양상추 총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의 책임을 지고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이 물러난지 닷새만에 가장 아끼는 정치적 동지 수엘라 브레이버만 내무장관마저 돌연 사임하면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날 브레이버먼 장관이 취임 43일 만에 사임했다고 전하면서 “브레이버먼 장관이 사직서에서 ‘우리가 실수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실수한 것을 모두가 보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마법처럼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것은 진지한 정치가 아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임 직전까지 보수당은 분주하게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이버만 장관의 사의 표명 이후 그랜트 스 전 교통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스는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비판해온 ‘반트러스’ 정치인 중 한명이었다.
보수당은 트러스 총리의 자진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을 앞세워 그를 전방위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그를 설득하는가하면, 벌써 후임 총리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흘렸기 때문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