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업 운행 중인 대중교통수단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여객기다. 탑승 좌석 수가 400석이 넘는 대형 항공기인 보잉 747-8i의 순항속도(장시간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속도)는 시속 1052.64㎞나 된다. 1만㎞를 9시간30분에 주파하는 엄청난 속도다. 하지만 소리의 속도인 음속(해수면에서 시속 1224㎞)에는 미치지 못한다. 음속보다 2배가량 빠른 콩코드 여객기가 1976년 취항했지만 소음, 비싼 운임 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2003년 퇴역한 후로는 음속 돌파 여객기는 자취를 감췄다.
여객기 다음으로 빠른 대중교통수단은 열차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는 중국 상하이에서 운행되는 마그레브란 자기부상열차다. 독일 기술이 적용된 이 열차는 푸둥국제공항과 시내 중심부 롱양루역까지 30㎞ 구간을 최고 시속 431㎞로 달린다. 전자기장을 이용해 열차를 궤도 위에 띄운 뒤 고속으로 이동시키는 기술을 적용한 자기부상열차는 궤도와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어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 중국은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 산둥성 칭다오에서 시속 600㎞로 달릴 수 있는 길이 53m의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해 중량 1t 이상의 차량을 시속 1030㎞로 이동시키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일본도 2027년까지 도쿄~오사카 구간을 최고 시속 500㎞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진공 터널에서 최고 시속 1280㎞로 자기부상 캡슐(열차)을 이동시키는 하이퍼루프(Hyperloop)도 초음속 열차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012년 제안한 이후 여러 차례 시험 주행에 성공하는 등 개발을 구체화해 가고 있는데 2030년쯤 여객 용도로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초 한국형 하이퍼루프인 ‘하이퍼튜브’ 기술 개발 장소로 전북 새만금을 선정하고 2024년 관련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서울~부산을 20분 내에 주파할 수 있는 초음속 열차 시대가 머지않았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