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중국을 움직이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모두 ‘시진핑 사단’으로 채워졌다. 상무위원에 유임된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시진핑의 책사로 통치 철학을 짰고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반부패 사정을 총지휘한 인물이다. 상무위원에 새로 진입한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당서기는 과거 시 주석의 비서실장이었거나 부친 시중쉰과 인연이 있는 시진핑 사람들이다.
23일 상무위원들을 이끌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들어선 시 주석은 이들을 소개하면서 이름 뒤에 직책을 붙이지 않고 ‘동지’라고 불렀다. 시 주석은 집권 2기 때만 해도 후진타오 전 주석을 배출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와 장쩌민 전 주석 계열의 상하이방 인사들을 넣어 계파 안배를 했지만 이번에는 철저히 자기 사람들로 최고 지도부를 꾸렸다.
인민대회당 입장 순서가 곧 권력 서열임을 감안하면 시 주석 바로 뒤에 있던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무원 총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리창은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에서 성장과 당 서기로 있을 때 비서실장 격인 저장성 당위원회 판공청 주임을 맡으며 핵심 측근이 됐다. 2017년 19차 당 대회 때 정치국원에 포함되고 상하이시 당서기가 되면서 상무위원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지난 3월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상하이시 전체가 두 달 넘게 봉쇄되면서 정치 인생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상무위원에 입성하면서 건재함을 알렸다. 민심을 거스르면서 리창을 상무위원에 앉혔다는 건 시 주석의 당내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뜻이다.
권력 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자오러지는 시 주석과 동향인 산시성 출신으로 그동안 당내 반부패를 단속하는 역할을 해왔다. 공산당 조직부장을 지내 당내 인사를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 번째로 등장한 왕후닝은 정협 주석을 맡게 될 전망이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을 거쳐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외교 책사로 활약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만든다는 시 주석의 핵심 청사진도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는 시 주석 측근 그룹인 시자쥔의 대표 주자다. 시 주석의 정치 기반인 저장성 부성장과 중앙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을 거쳐 2017년 베이징 시장에 발탁됐고 곧바로 당서기로 승진했다.
‘시진핑의 그림자’로 불리는 딩쉐샹은 지난해 11월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 때 시 주석 바로 옆에 앉아 차기 지도부 입성이 확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 주석이 가장 마지막으로 호명한 리시는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아 시 주석의 핵심 과제인 반부패 사정을 주도하게 됐다. 2006~2011년 산시성 옌안시 당서기였을 때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시기 하방 생활을 했던 량자허촌을 관광지로 개발하며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무위원을 포함한 정치국원 24명 역시 시 주석 측근들이 장악했다. 황쿤밍 당 중앙선전부장과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 장여우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등이 포함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