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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실패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갈등 탓”

유럽연합(EU) 재가입을 원하는 영국 시민들이 2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실패는 영국 보수당 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트러스 전 총리의 몰락은 보수당 내 브렉시트 반대파와 찬성파 간의 정책·이념 갈등이 불러온 결과”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브렉시트의 목표를 이루려던 그를 브렉시트 반대파가 끌어내린 일대 사건이란 해석이다.

2020년 1월 31일 단행된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에 지급하는 막대한 세금을 없애고 성장을 통해 영국 경제와 사회를 부양한다는 게 목표다. 세금 부담에서 해방된 기업들이 고성장을 이루면 경제적 혜택은 자연스레 사회계층 전체로 퍼져간다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경제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보수당의 브렉시트 찬성파를 대표하던 트러스 내각은 최고소득세율 폐지를 포함한 감세안을 야심 차게 추진했다. 그렇지만 만성적자 상태인 국가재정을 보충할 대책이 전무하자 영국 경제는 되레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보수당의 브렉시트 반대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총리를 끌어내렸다.

NYT는 “지금 영국 보수당은 ‘때아닌, 때 늦은’ 브렉시트 이념논쟁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2년 전 실행된 브렉시트의 망령이 집권세력을 덮쳤다”고 전했다. 반대파는 ‘EU로부터의 경제 해방이란 거창한 브렉시트의 꿈은 결국 악몽이었을 뿐’이라 주장하는 반면, 찬성파는 여전히 ‘전 지구적 불황만 아니었다면 브렉시트 효과는 극대화됐을 것”이라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파벌 싸움에 혈안이 되면서 보수당은 영국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가 아니라 당내의 적을 어떻게 진압할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차기 총리가 될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선두주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이날 회동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단일화 합의에 실패했고, 수낵 전 재무장관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영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존슨 전 총리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다 트러스 전 총리의 사임 소식에 급거 귀국했다. 당내 경선 1차 관문인 후보등록을 하려면 25일 오후 2시까지 의원 100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수낵 전 장관은 이미 요건을 총족했으며 존슨 전 총리도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찌감치 도전을 선언했던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는 대권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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