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는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로 꼽힌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덴마크, 영국, 일본, 미국 등 8개국에 10개 테마파크가 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영국의 멀린엔터테인먼트에 130만㎡(39만3250평)의 부지를 100년간 무상임대했다. 공사비도 강원도가 부담했다.
그러나 강원도가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라는 실적에 너무 매달린 탓인지 처음부터 불공정계약 논란에 휘말렸다. 레고랜드의 연 매출이 800억원을 넘어서면 매출의 90%를 운영사인 멀린엔터테인먼트가 갖고 나머지 10%를 강원도 등 국내 투자자들이 나눠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2014년 공사 착공을 강행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7년이나 늦어졌다. 그사이 레고랜드 개발사업을 위해 강원도가 설립한 법인(GJC)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7월 강원도의 부채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레고랜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9월 28일 돌연 GJC의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연쇄 부도의 공포로 몰아넣은 레고랜드발 트리거는 이렇게 당겨졌다.
정부가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50조원 이상을 풀겠다고 했지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강원도발 요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GJC가 레고랜드 기반시설 공사를 맡은 건설사들에 지난 11일까지 줘야 할 공사비 135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해당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5일 강원도청 앞으로 몰려가 대금지급 촉구 시위를 갖기로 했다. 앞으로 또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벌인 사고를 뒷수습하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강원도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체 해결 의지도, 역량도 없는 강원도에만 맡겨두기에는 지금 시장이 너무 취약하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