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이끌 새로운 총리로 리시 수낵(42) 전 재무장관이 확정됐다.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非)백인 총리이자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다.
BBC와 가디언 등은 24일(현지시간) 취임 45일 만에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후임으로 수낵 전 재무장관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트러스 전 총리 사임 이후 복귀를 추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의 승부 추는 수낵 전 장관으로 기울어졌다. 남은 경쟁자인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는 당 대표 후보등록 요건(지지 의원 100명)에 미치지 못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수낵 전 장관이 단독 후보로 결정되며 보수당은 경선 없이 새 총리를 확정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수낵 신임 총리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지만 전형적인 엘리트 정치인이다. 신분제도가 있는 인도에서 그의 가문은 최상위 브라만 계급이었다. 아버지는 인도에서 영국 의대로 유학한 의사이고 이민 1.5세인 어머니는 약사다. 수낵 총리는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와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이후 금융계로 진출해 골드먼삭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파트너 등으로 일했다. 아내 악샤타 무르티는 ‘인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나라야나 무르티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다. 수낵 총리 부부의 자산은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560억)로 올해 더타임스가 집계한 부자 순위에서 222위에 올랐다.
정계에 입문해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5년 하원의원 당선으로 입문한 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을 거쳐 2020년 내각의 최고 요직인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경험이 부족해 능력이 의심된다는 현지 언론 평가도 있다. 가디언은 “국회의원을 지낸 지 7년, 내각 장관을 지낸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그를 지지하는 동료들조차 여러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폭넓은 경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경제에 전문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재무장관 재직 당시 코로나19에 대응해 유급휴직 등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당 대표 경선 당시 트러스 전 총리가 내놓은 감세 정책에 대해 “비합리적이며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수낵 총리 앞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영국 경제를 뒤흔든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 정책을 수정해야 하고 경기침체 위기에도 대처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년 영국 경제성장률을 0.3% 수준으로 전망해 지난 4월 전망치(1.2%)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열된 보수당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016년 브렉시트 이후 6년 동안 보수당 소속 총리는 4번 낙마했다. 그동안 보수당 내 균열은 점점 더 커졌고 영국 민심도 보수당에 싸늘한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보다 20% 포인트 뒤처져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