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점령된 남부 헤르손주 주도 헤르손시 탈환을 눈앞에 두게 되자 러시아가 병력 철수와 함께 친러 주민 수만명을 크림반도로 대피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시 인근에 있는 우크라이나 최대 수력발전소이자 크림반도의 관문인 카호우카댐과 대교를 폭파해 헤르손시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려는 전략의 일환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헤르손 전면철수를 결정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굴욕을 맛보게 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패퇴를 넘어 국제관계에서도 자신들 편이라 여겼던 중국·인도가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통신은 그러면서 “철수에 앞서 러시아군이 카호우카댐을 고의적으로 폭파하는 파괴적 행위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대공세에 밀려 헤르손주부터 순차적으로 후퇴한 이후 일부 장교를 드니프로강 남쪽 크림반도 지역으로 철수시켰으며 민간인 2만5000여명도 이 지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28만명의 헤르손시는 드니프로강과 흑해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우크라이나 최대의 수자원 관리지역이다. 북동부 드니프로강 상류에 자리 잡은 카호우카댐에는 헤르손주는 물론 크림반도 전체, 인근 도네츠크주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가 건설돼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헤르손 탈환은 점령당한 다른 남부지역과 자포리자주 수복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자 크림반도에 대한 물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 도시를 불가피하게 빼앗길 경우 카호우카댐을 폭파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댐을 폭파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력 고갈을 더욱 극대화하고 평지인 헤르손시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은 “러시아가 카호우카댐을 폭파해 크림반도까지 암흑천지로 만들 것이냐, 아니면 헤르손을 고스란히 내준 채 군을 재정비해 반격 기회를 노릴 것이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고 전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