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웰스인베스트먼트 강상훈(58) 대표는 주위 청년들에게 책을 즐겨 선물한다. ‘존 비비어의 순종’ ‘나는 왜 비즈니스를 하는가’ ‘선한 그리스도인을 찾습니다’ ‘피터 힐의 제로 투 원’ ‘그리스도인의 재정 원칙’ 등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강 대표 사무실엔 이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는 “결국 청년 세대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라며 “젊은이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기독교 청년 창업가를 지원하는 청년 벤처 포럼 ‘어!벤처스’의 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 행사는 혁신 기술과 사업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벤처 지원 프로그램이다. 2015년 온누리교회를 중심으로 기독교 기업인들이 힘을 모아 시작했다. 강 대표는 2016년부터 멘토로 참여하다가 2020년부터 대회장을 맡았다. 8회를 맞이한 이번 대회의 특징을 묻자 ‘비대면’과 ‘영성 강화’라는 답이 왔다. 코로나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며 청년 창업자들의 고민을 직접 마주하고 나누기 시작했다. 행사의 본질에 대한 고민에서 영성 강화가 나왔다.
“일과 신앙은 한 몸입니다. 로마서 12장 1절 말씀처럼 우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려야 합니다. 일터는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입니다. 주일에만 신자가 아니라 현장에서도 크리스천이어야 합니다.”
기독교 색채가 짙어졌지만 그만큼 문턱도 낮췄다. ‘어!벤처스’에 참가하려면 팀의 핵심 구성원 1명이 교회를 다녀야 한다. 교적증명서가 필수 서류다. 지난해 처음으로 조직위는 무신자 팀을 받았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복음을 들어야 하는데, 크리스천만을 위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모두의 관심을 받던 무신자 팀은 전체 2위를 기록했다. 강 대표는 “그분들이 ‘교회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없어졌고 기독교의 좋은 가치들을 알게 됐다’고 하셨다”며 “올해에도 한 팀 모셨다”고 말했다.
한국엔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어!벤처스’만의 특징과 강점을 묻자 강 대표는 멘토 시스템을 꼽았다. 대회엔 지금까지 200여명의 멘토가 함께했다. 매회 약 50명의 멘토가 참여한다. 한 명 한 명이 성공한 사업가이자, 신앙인으로의 삶을 고민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헌신이 모인 덕에 프로그램 수준이 높아졌다. 그는 이런 노력을 지극히 성경적이라고 본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에 충실히 따르는 일이어서다.
강 대표는 젊어서 방황하다 늦게 신앙을 가졌다. 서른여덟에 예수를 접했다. 그는 조숙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자신을 표현했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진리란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듬해인 중3 때부터 술·담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고민과 방황이 있었지만 하나님이 좋은 분들을 붙여 주신 덕에 신앙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다녔지만 진리를 구하고자 동서양 철학에 심취했다. 직장을 다니며 고민하던 2002년 봄, 지인의 소개로 누군지도 모르고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를 만났다. 강 대표에게 옥 목사는 조언했다. 교회는 3년 정도 후에 나오시라고. 교회도 많은 단점이 있는 조직이라 지금 나오면 실망할 것 같으니 주변 신앙인의 좋은 점을 배우라는 조언이었다. 이후 그는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가 선물해준 성경책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2003년 당시 iMBC 대표였던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와 함께 새벽기도를 다니며 예수를 영접했다. 어려서부터 함께했던 술·담배도 인생에서 사라졌다. “진리를 알면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인생 방향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제가 가진 경험을 젊은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2016년 설립한 더웰스인베스트먼트는 탄탄한 ‘임팩트 투자’ 기업이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나 환경 문제 해결에 중점을 준 투자를 말한다. 10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약 3000억원이다. 2년 연속 청산수익률 톱5에 오른 유일한 벤처캐피탈(VC)이다. 닥터스헬스케어제1호는 2020년 청산 수익률(IRR) 25.7%, 지난해 청산한 솔루션캐피털제2호는 IRR 34.5%를 기록하며 둘 다 국내 VC 수익률 톱5에 올랐다.
강 대표는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마련한 자금으로 크리스천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기에 일반 투자사는 꺼리는 분야다. 하지만 이 땅을 살고 있는 크리스천 청년에게 필요한 일이라 직접 뛰어들 생각이다.
“청년들에게 뭐라 할 거 없어요. 우리 기성세대가 잘해야 합니다. 훌륭한 젊은이들이 많아요. 그들이 뛸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용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