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 도중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끌려나가듯 퇴장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5일 주요 외신이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 올린 영상에는 후 전 주석이 행사장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떠나기 전 상황이 담겼다. 후 전 주석이 책상 위에 놓인 붉은색 서류에 손을 대려 하자 왼쪽에 있던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이 말리듯 해당 서류를 슬쩍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리 위원장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후 전 주석에게 무언가 이야기했고 이를 지켜보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눈짓을 하자 곧 당 중앙판공청 쿵사오쉰 부주임이 다가왔다. 이어 경호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후 전 주석을 일으켜 세웠다. 후 전 주석은 일어나지 않으려 하다가 결국 이끌리듯 퇴장했다. 후 전 주석은 자리를 뜨면서 시 주석에게 짧게 말을 건넸고 옆에 있던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토닥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폐막식 당일 밤 트위터 영문 계정을 통해 후 전 주석이 건강상 문제로 퇴장했다고 설명했지만 그게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중국에서 트위터는 가상사설망(VPN) 없이 볼 수 없다. 신화통신은 외신 보도로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자 대외용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포털과 SNS에선 후 전 주석과 관련된 내용이 검색되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외교 사안이 아니다”고 답하지 않았다.
시진핑 집권 3기 시작과 동시에 후진타오계는 전멸했다. 후 전 주석이 차기 지도자로 낙점했던 후춘화 부총리는 정치국원 24명에도 들지 못했고 후 전 주석을 배출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의 리 총리와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비공식 은퇴 연령인 68세가 안 됐는데도 물러나게 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