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 1인 통치체제를 확립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가 폐막한 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시진핑 리스크’로 들썩이는 모양새다. 위안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고 중국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며 ‘차이나 런’(China Run·중국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상하이 역내시장과 홍콩 역외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5일(현지시간) 홍콩 역외시장에서 거래된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7.3621위안을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상하이 역내시장에서도 달러당 7.3084위안으로 2007년 12월 거래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뉴욕증시에서도 주요 중국기업의 주가가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5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521억7000만 달러(약 75조2000억원)나 하루 사이에 증발했을 정도”라면서 “대표 기술주인 핀둬둬와 알리바바 주가가 각각 -24.6%, -12.5%로 마감됐으며 징둥닷컴, 차이나텔레콤, 넷이즈에서도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전체의 주가는 734억 달러(약 105조7100억원)나 증발했다. 65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나스닥 골드먼 드래곤차이나 지수’는 14.4%나 급락해 2013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올해에만 약 50%의 하락세를 보이는 상태다.
전날 중국 국내 상하이 증시의 종합지수도 2.02% 떨어졌으며, 홍콩증시의 하락 폭은 더 커서 항셍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6.35% 떨어졌고, 홍콩증시 상장 중국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도 7.30% 하락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종신집권 발판을 마련한 시 주석이 최악의 상태로 추락 중인 경제를 어떻게 이끌고 나아갈지가 관건”이라며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분석해보면 중국 경제가 급격한 내수 둔화, 수출 부진,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최근 7년간 가장 나쁜 상태”라고 전했다.
차이나 런이 다양한 경제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시 주석과 그의 측근들로 구성된 중국 지도부가 이전과 같은 경제 고도성장을 끌어낼 능력이 없다는 투자 주체들의 실망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WSJ는 “투자자와 시장, 경제전문가들 모두 ‘시진핑 3기 중국’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해 시장을 왜곡시킬 개연성이 높다 여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제보다 정치를 우선시하는 시 주석의 정책성향에다 경제 운용 경험이 일천한 새 지도부 인사들의 면면이 차이나 런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중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저발전의 심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시 주석이 내건 경제슬로건 ‘공동부유’가 빅테크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