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정례 핵훈련을 실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군이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전략적 억지력 훈련을 시행했으며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계획된 임무가 완전히 완료됐고 모든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해 대규모 핵 공격을 가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킨잘 미사일,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순항 미사일,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네바 탄도 미사일의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의 핵훈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19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영상을 통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보기관장들과 회의에서 “지역 및 세계의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더티봄’(dirty bomb)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티봄은 방사성 물질을 채운 재래식 폭탄이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상대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정보기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더티봄을 설치하는 곳이 두 곳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주장이 연일 반복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행사 후 ‘러시아가 더티봄이나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이 (러시아의) ‘거짓 깃발’ 작전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의 사용후 핵원료 저장시설에서 비밀리에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라이더 대변인은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뢰)을 실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매년 10월 말 그롬 훈련을 해 왔다. 라이더 대변인은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군 준비태세를 변경하지 않았고, 현시점에서 전략 태세를 바꿀 어떤 필요성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도 지난 17일부터 연례 핵 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을 시작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한명오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