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는 25일(현지시간)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2.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9월 107.8보다 낮아진 수치로 블룸버그통신이 예상한 105.9도 밑돌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 지출을 예측하는 선행지수로 수치가 낮을수록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27일 발표될 3분기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도 1%로 집계됐다고 미 경제채널 CNBC 방송이 같은 날 보도했다. PCE는 개인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에 지불한 모든 비용을 합친 것이다. 1%는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2020년 초반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자 2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보여준다.
미국에선 지난해 4월 이후 매달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추월하면서 상품 소비도 7~8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는 플러스로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소비 증가 덕분이 아닌 수입 감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집값도 내림세다. 글로벌 시장지수 제공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인덱스’는 이날 미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8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9%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집값이 내려갔다. 하락 폭은 7월(0.2%)보다 컸다.
집값 하락은 금리 인상에 따른 모기지 부담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 업체 리얼터닷컴 조지 라티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이자율은 연말까지 계속 상승해 구매자들의 주택 구매 능력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며 “겨울이 되면 주택 판매가 추가로 감소하고, 가격이 계속해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지표가 부진해지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위축된 소비 심리와 떨어지는 집값 등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가팔랐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클리프 호지 코너스톤 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시장은 이제 막 경제 지표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받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른 연쇄 효과는 연준에 약간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