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개월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역전했다. 1년 내 경기침체를 알리는 강력한 신호다.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 저조로 관련 주가 폭락도 이어졌다.
26일(현지시간) 미 국채시장에서 3개월물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시간 기준 4.027%로 10년물 금리 4.007%를 넘어섰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이날 내내 역전됐고, 금리 차는 0.03% 포인트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3개월물과 10년물은 지난 24일과 25일 장중에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7월 이미 10년물 금리를 역전했다. 이후 1년물, 6개월물도 10년물 금리를 뛰어넘었고, 이제 초단기 3개월물까지 장기물 금리를 넘어섰다.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높아진 건 경제침체가 곧 시작된다는 신호다. 경제학자 아르투로 에스트레야는 블룸버그통신에 “1960년대 이후 3개월물과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6∼15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의 실적도 경기 둔화를 반영하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3분기 순이익은 44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92억 달러)보다 52% 감소했다.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매출도 227억1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보다 4% 줄었다. 메타 주가는 이날 약 20% 폭락했다. 전날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각각 9.63%, 7.7%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였던 1·2분기와 달리 2.6%였지만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키진 못했다. 수출입 격차가 줄면서 나타난 ‘반짝 반등’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달러 강세로 미국 제품의 가격 매력이 떨어져 무역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경제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글로벌전략가는 “4분기 성장은 마이너스로 바뀔 수 있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매우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신호가 뚜렷해지자 미 정치권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캐나다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기준금리를 3.75%로 0.5% 포인트 올렸다. 시장 예측인 0.75% 포인트 인상보다 낮았다. 경기침체 공포에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캐나다은행은 성명에서 “긴축 기조가 막을 내리고 있다. 다만 아직은 (끝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에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여전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7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2.00%로 0.75% 포인트 인상,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ECB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로존의 지난달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9%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백재연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