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패배 위기에 몰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지친 유권자들의 표심이 야당인 공화당으로 쏠리자 각종 소비 관련 비용을 줄이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은행계좌 거래 및 유지 비용부터 항공권 수수료, 여행사 수수료 등 소비 비용을 없애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소비자에게 은행과 여행사 항공사 등 기업이 마지막 순간에 부과하는 각종 추가 서비스 비용들은 ‘쓰레기 비용(junk fee)’에 불과하다”면서 “불공정한 이 같은 비용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은 특히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비용들은 대기업에만 보탬이 될 뿐이며 소비자에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제 이것들은 다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다.
발표된 행정명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행 계좌에서 잔고보다 인출이 많을 경우 은행들이 예고 없이 부과하는 초과인출 비용과 계좌관리 비용이다. 대부분 잔고가 빠듯한 서민에게만 부과되는 이 비용으로 미국 은행들은 2019년에만 155억 달러 이득을 취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는 성명을 통해 “미국인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에 법정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고 싶어하지만 ‘숨은 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합리적인 서비스 가격 체계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WSJ는 “중간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패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물가 잡기에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