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협력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히 한 시 주석은 베트남과 파키스탄 지도자를 초청해 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우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의 연례 시상식 겸 연회에 축하 편지를 보내 “중국과 미국이 대국으로서 소통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의 안정성을 높이고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공영하고 새로운 시대에 올바르게 공존할 길을 찾아 양국뿐 아니라 세계에도 이익이 되도록 노력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중국 정보기관이 연루된 스파이 사건을 공개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오는 30일 중국을 공식 방문하는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주변국과의 우호 협력이 중국 외교 정책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했던 대면 외교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그 무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만나겠다고 밝혀 첫 대면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사람은 5차례 화상 전화 회담을 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 등 국방부 지도자들과 만나 “우리는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사적인 이점을 유지해야 하지만 우리가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블룸버그뉴스 행사에서 “우리는 갈등을 추구하지 않고 냉전을 원하지 않으며 중국을 억제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