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해외시장을 공략할 때 먼저 그 시장의 특징을 분석합니다. 문화, 소비습관, 트렌드, 정책 등을 면밀하게 따진 뒤 제품 기능에 차이를 두거나, 마케팅 전략을 다르게 짜기도 하죠.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시장에 진출해 있는 수입차 회사들은 어떤 ‘한국 맞춤형 전략’을 쓰고 있을까요.
BMW는 2014년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세웁니다. 77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당시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한국에 드라이빙센터가 필요하다는 걸 설득하려고 독일 본사를 찾아가 임원들 앞에서 동영상 하나를 틉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의 안마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죠. 그러면서 “한국 소비자는 직접 체험한 뒤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드라이빙센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호소합니다. BMW가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드라이빙센터를 설립한 배경입니다.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한국 맞춤형입니다. 볼보는 SK텔레콤과 3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 음악스트리밍서비스 플로(FLO), 티맵 등을 담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볼보가 현지어로 작동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건 중국 한국, 두 나라뿐입니다. 한국시장을 공략하려면 음성인식 기능이 중요하다고 본 거죠.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기 청정 패키지’는 차량 안팎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공기 유입을 차단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합니다.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이 기능은 미세먼지와 공기질에 민감한 한국과 중국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겁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이런 특징’ 때문에 요즘 수입차 업체 사이에서 한국시장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바로 프리미엄 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유독 선호한다는 특징이죠. 팔면 남는 게 많은 차량들입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