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태원 참사를 부른 핼러윈 축제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다. 미국에선 핼러윈 축제 기간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라고 외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미라 등 대중문화를 통해 잘 알려진 괴물 의상을 차려입고 모여 파티를 한다. 자신의 집을 기괴하고 무섭게 꾸며 이웃의 방문을 유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핼러윈은 고대 유럽의 켈트인들이 1년을 12달이 아닌 10달로 사용한 데서 시작됐다. 켈트인은 한 해를 4개의 기념일로 구분하는데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한 해의 마지막이자 새해의 시작인 10월 31일 사윈 축제였다. 켈트족은 이날 망령이 나타날 수 있다며 망령을 달래기 위해 음식을 내놓거나 망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했다고 한다.
이후 핼러윈은 켈트와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형태로 발전했다. 유럽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원주민 문화와 다시 융합돼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미국이 전 세계의 중심이 되면서 핼러윈은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에도 널리 퍼졌다.
국내에서 핼러윈 축제는 2000년 이후 유치원·어학원과 놀이공원·쇼핑몰 등으로 확산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가수와 연예인은 핼러윈 축제를 콘서트·행사의 장으로 삼고, 식품업계와 관광업계는 핼러윈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을 벌인다.
핼러윈 축제로 인한 사고는 해외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서 핼러윈 기간 18세 미만의 보행자 54명이 자동차에 치여 사망했다고 2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핼러윈 기간이 아닐 때 사망자 16명과 비교하면 약 3배나 많은 수치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핼러윈 축제 기간 한 남성이 영화 ‘베트맨’의 악당 ‘조커’ 의상을 입고 승객 10명을 흉기로 공격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 국가는 매년 핼러윈 축제 기간 사고가 발생하자 이미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미국 뉴욕은 핼러윈 당일인 31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등지의 거리 약 100곳을 폐쇄한다. 일본도 올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교통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인파가 집중되는 지역은 다음 달 1일까지 거리와 공원 등에서 술을 마시지 않도록 했다.
박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