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핼러윈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중반부터다. 핼러윈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등 테마파크가 2000년대 중반 기념행사를 시작하면서 젊은 세대에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넘어온 축제인 만큼 사람들은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찾아갔다. 이태원은 주한미군이 인근에 자리 잡은 이후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았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주류·외식업계도 핼러윈을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이태원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핼러윈이 젊은 세대의 축제로 자리 잡으면서 매년 10월 말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이 모였다. 2017년에는 경찰 추산 하루 20만명이 이태원에 몰렸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핼러윈 축제 때마다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2015년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핼러윈 파티가 열리던 이태원 내 클럽에서 일본 여성을 성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017년 핼러윈 행사가 열리던 5일 동안 폭행·절도·성추행 등으로 372차례 출동했다고 밝혔다.

올해 인파가 몰린 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욕구가 폭발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영업시간 제한이 없고 실외 마스크 의무도 없는 첫 번째 핼러윈이었다. 경찰은 지난 28일과 29일 평균 약 10만명이 이태원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발생 첫해인 2020년 이태원의 핼러윈은 위축된 분위기였다. 그해 5월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탓에 이곳을 찾은 인구는 크게 줄었다. 당국도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세계 음식거리에는 특별방역게이트가 설치됐고 시민들은 QR코드를 찍고 체온을 잰 뒤 자동 분사되는 소독액을 맞고 나서야 식당과 주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

방역 조치가 다소 완화된 지난해 다시 젊은이들이 몰렸다. 핼러윈 전날인 30일에는 경찰 추산 8만명이 이태원을 방문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걷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당시는 ‘위드코로나’ 시행 전으로 오후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했다. 경찰이 오후 10시 이후 기동대 3개 부대 약 300명을 투입해 인파를 해산시키면서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올해는 해외에서도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보내겠다며 방문한 사람이 많았다.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영화 제작자 베네딕트 만라파즈(23)씨는 뉴욕타임스(NYT)에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었으며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며 “일부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함께 분노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인기로 이곳을 찾은 사람이 늘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사고 현장은 인기 드라마의 무대가 된 관광명소”라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