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략자산을 늘리고 있다. 일본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로 평가되는 F-22(렙터)를 배치하기로 했고, 호주에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 6대를 보낼 계획이다. 대만 문제를 비롯한 중국과의 갈등과 북한의 도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1일 NHK에 따르면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일미군 가데나 기지에 배치됐던 F-15 전투기 10여대가 퇴역함에 따라 스텔스 전투기인 F-22를 잠정 배치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다음 달 초부터 같은 규모의 F-22를 6개월 동안 가데나 기지에 배치한다고 하마다 방위상은 설명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자산 증강은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미국은 일본에 헬파이어미사일을 탑재한 무인 공격기(드론) MQ-9 ‘리퍼’를 배치하고 이를 공개했다.
미국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도 호주 최북단에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공영 ABC방송은 31일 미 공군이 호주 최북단 다윈 틴달 공군기지에 B-52 폭격기 6대를 운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베카 워서 선임연구원은 “호주 북부에 B-52 폭격기를 배치키로 한 것은 대만을 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에 대한 경고”라면서 “도를 넘는 행동에 나서면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B-52 배치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감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핵 안보 전문가 리처드 텐터 멜버른대 명예교수는 “이는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에 호주가 ‘창끝’이 돼 동참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쟁이 일어나면 호주가 미국 편에서 싸운다는 것을 중국에 확실하게 알려준 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모든 국가 간 국방·안보 협력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돼야 하며, 제3자를 겨냥하거나 제3자의 이익을 손상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