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하나둘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드는 가운데 포스코케미칼, LG화학, 에코프로비엠 등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양극재’다.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 양산 체제를 구축한 기업들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 악화가 속출하지만 양극재 생산 기업들은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2025년 이전에 가동하는 걸 목표로 북미 지역에 양극재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부지 선정 및 고객사 등과의 최종협의 단계에 있다. LG화학이 경기침체 태풍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LG화학은 홀로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양극재 등 첨단소재가 일등공신이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9012억원 중 절반 가까이인 4158억원을 첨단소재 부문에서 거뒀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소재다. 전기차 산업의 확대로 수요가 폭증하는 데다, 원재료 가격 인상이 제품 단가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은 높아졌다. LG화학은 양극재 사업 지원을 위해 부서 내 태스크포스(TF)팀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화학의 양극재 공장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현재 9만t 수준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6년 26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양극재 등 첨단소재의 근간인 전지재료 사업을 지속 확대해 이익의 규모를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만으로 매출 6583억원을 거뒀다. 양극재를 포함한 이차전지 소재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68.9%에 이르렀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신규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 사업에 뛰어든 건 3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차전지 확산에 힘입어 10배 이상 성장했고, 현재는 추가 성장을 겨냥해 생산능력을 높이고 있다.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캠’은 캐나다 퀘벡주에 양극재 합작공장 설립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얼티엄캠은 이미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2025~2033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계약금액은 8조원이지만, 올해로 기준점을 바꿔 가격을 환산하면 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포드를 비롯해 다른 완성차 업체와도 양극재 납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비엠도 양극재를 앞세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 3분기 매출액 1조5632억원, 영업이익 140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3.1%, 246.3% 증가했다. 성장세에 맞춰 생산라인도 늘리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에 핵심 고객사인 삼성SDI와 함께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연산 5만4000t)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북미 생산 거점도 곧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7월 SK온, 포드와 함께 북미 양극재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1조원 규모의 공동투자 투자의향서를 맺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양극재 수요는 지난해 99만t에서 2030년 605만t으로 매년 평균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