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는 ‘코로나 특수’를 누린 대표적 제품이다. 해외여행 길이 막히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차박’(차에서 숙박)에 눈을 돌린 이들이 많았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의 제약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도 캠핑카는 여전히 강세다. 이번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캠핑카(튜닝카 제외) 판매량은 2012년 638대에서 지난해 8755대로 9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2019년에 처음으로 한 자리 수 증가율(8.6%)을 보이며 주춤했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갑자기 29.6%나 뛰었다. 코로나19 효과에 따른 ‘반짝 상승’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도 캠핑카의 인기는 여전하다. 올해 1~9월 판매량은 6531대로 전혀 줄지 않았다. 이 가운데 1263대(23.6%)의 구매자는 여성이었다. 캠핑카 저변이 확대되면서 ‘남성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무색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식지 않는 열기의 이유로 인플레이션을 지목한다. 항공료와 숙박료가 크게 오른 탓에 캠핑카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진단이다. 한 번 경험한 이들이 캠핑카의 매력에 빠지면서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캠핑카 여행은 이제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완성차 업체가 신차를 홍보할 때 ‘차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 CNN은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한 레저용 차량(RV)이 60만대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캠핑카 제조업체 토르인더스트리는 올해 2분기에 1년 전보다 34.6% 증가한 캠핑카 매출을 거뒀다. 토르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주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현재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캠핑카를 개조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고가의 캠핑카를 새로 구입하는 게 부담스런 이들이 기존에 보유한 차량이나 새로 구입한 중고차를 캠핑카로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카 튜닝 승인 건수는 7709건으로 전년(2195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8월(7012건) 튜닝 건수도 이미 지난해 전체 튜닝 건수에 근접했다. 한국의 자동차 튜닝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5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치솟는 기름값은 캠핑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캠핑카의 평균 연비는 ℓ당 4.2㎞ 정도다.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캠핑카 소유자들의 고충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