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의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서 주도하는 ‘칩4’(Chip 4) 동맹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일 ‘최근 반도체장비 교역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올해 1~8월 반도체장비 수입 비중에서 상위 3개국이 71.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25.8%, 일본은 22.7%, 네덜란드는 22.6%에 이른다.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은 5대 반도체장비업체에서 79.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장벽이 높고 독과점 구조의 특성을 띠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은 반도체산업 성장에 따라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업황에 따라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회는 “한국은 반도체장비 자립화율이 20% 수준에 불과하고 반도체장비 수입을 미국·일본·네덜란드 3국에 의존하고 있어 외교적·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반도체장비 시장의 높은 기술장벽, 독과점 구조 등으로 국산화 및 수입국 다변화가 짧은 시일 안에 이뤄지기 어렵다.
강상지 연구원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은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겼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해 중국과의 격차를 넓히면서 반도체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칩4 동맹에 참여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