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기의 유일한 돌파구로 꼽혔던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인텔의 새 서버용 CPU 출시가 또 연기되면서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를 기대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인텔은 내년 1월 10일에 새로운 데이터센터 관련 행사를 개최한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로 알려진 4세대 서버용 제온 CPU를 공개한다. 10나노 공정인 인텔7을 기반으로 하는 사파이어 래피즈는 이미 여러 번 출시 지연을 겪으면서 불안을 증폭하고 있다. 인텔은 사파이어 래피즈를 지난해 출시하기로 했다가 수율 등의 문제로 올해 하반기로 미뤘었다. 이를 다시 내년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내년 1월에 사파이어 래피즈를 공개하더라도 주요 고객의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시기에 맞춰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이나 기존 서버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던 고객사들이 일정을 미룰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빨리 도입하는 건 리스크를 안기 때문이다. 원래 일정보다 빨라도 몇 개월, 길면 1년 이상 투자 계획이 밀릴 수 있다. 고객사에 따라서는 인텔이 아닌 AMD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MD의 서버시장 점유율이 올해 15%에서 내년에 22%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예측된다. 클라우드,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등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서버용 D램 수요는 684억8600만 기가비트(Gb)로 사상 처음으로 모바일 D램(662억7200만Gb)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서버용 D램은 2026년까지 연평균 24%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시기에 따라 내년 반도체 시황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
빅테크 기업 등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미뤄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찬바람’이 불게 된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DDR5 규격을 지원하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기대감이 크다. DDR4 대비 가격이 높기 때문에 매출과 수익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도 확대되고 신규 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향후 클라우드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빅테크 기업의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서버용 메모리가 계속해서 메모리 수요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