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요 이단들은 한국교회보다 한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면·비대면 포교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는가 하면 수능을 앞둔 요즘에는 다음세대를 타깃으로 접근하면서 교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진단과 분석은 탁지원(55) 현대종교 소장으로부터 나왔다. 부친에 이어 29년 동안 이단 연구 및 관련사역을 펼쳐 온 그를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불암산 자락에 자리 잡은 현대종교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단 연구계의 선구자 고(故) 탁명환 소장의 사진과 그의 유품이 전시된 유리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탁명환 소장이 생전 현장을 누비며 사용하던, 손때가 고스란히 묻은 수첩과 사진기 등이다. 탁 소장은 “부친께선 절대 이 사역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사역을 이어온 지도 벌써 1만500여일, 30년 가까이 돼간다”고 말했다.
탁 소장은 얼마 전 저서 ‘탁 소장님! 여기가 이단인가요?’(현대종교사)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1994년 부친이 이단 신도의 습격으로 별세한 뒤 물려받은 사역의 지난 1막을 정리했다. 어느덧 부친이 작고한 나이에 이르자 맏형 탁지일 목사를 중심으로 삼형제가 연구하고 기록해온 이단 자료를 한국교회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탁명환 소장이 치열하게 이단에 대처했던 분투의 기록도 생생하게 담았다.
일례로 이단 대처 사역과 삶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아들에게 탁명환 소장은 이런 조언을 건넸다. “영적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공격에는 조금만 힘을 쓰고, 대부분의 힘은 한국교회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의 공감을 위해 써야 한단다.”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은 탁 소장이 늘 한국교회에 외치는 당부는 이단의 공격에 맞서자는 것이 아니라 예방교육이다. 탁 소장은 “다음세대가 여름성경학교에서 접한 이단 교육이 평생 간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곧 수능이라 기도회가 한창인데 사회로 나설 아이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이단 예방 교육에 나서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늘 사소할지라도 일상 속에서 이단에 경각심을 갖는 것이 이단 대처의 첫걸음이라 강조한다. 그는 “유튜브를 보거나 특정 단체에 가입할 때, 장을 볼 때 등 일상 속 선택의 순간마다 이단과 관련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탁 소장은 “인간의 실수와 한계를 막아달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직원들과 성경·기도 모임을 갖는다”며 “앞으로도 오로지 하나님 말씀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와 성도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필요한 중간자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양주=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