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중대 장애물 가운데 하나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돼 있지만 위안부 문제도 언제든지 양국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화약고다. 중일전쟁과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전선으로 끌려가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 노릇을 해야 했던 위안부는 인권 유린의 참혹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존재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위안부 문제는 1991년 8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으로 공론화됐고 줄을 잇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관련 연구 진행으로 뒤늦게 실상이 밝혀졌다.
일본 정부와 군(軍)이 위안부 모집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국제사회에 확산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그러는 사이 피해자 대다수는 세상을 떴다. 우리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240명인데 현재 11명이 생존해 있고, 이들도 모두 고령이어서 시간이 얼마 없다.
유엔 기구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원회가 지난주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일본은 2015년 12월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뤄진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해 왔지만 위원회는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에 일본 정부가 대처해야 할 의무를 거부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위원회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통한 위안부 문제 조사와 증거 공개 및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위안부 피해자 및 유가족에 대한 사법적 구제와 충분한 배상, 교과서 등을 통한 위안부 문제 교육 등을 권고했다. 2014년 권고한 것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위원회가 8년이 지나서도 같은 권고를 한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일부 진전된 내용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배제한 채 이뤄진 합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진정한 사죄와 배상, 반성이 빠진 해법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