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글 성경 ‘누가복음’ 탈북민 번역 거치니 알아듣겠네

순교자의소리가 최초의 한글 성경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를 탈북민들과 함께 번역한 '누가복음전서 21세기 존로스 독자판'.


현숙 폴리(왼쪽) 순교자의소리 대표와 에릭 폴리 목사가 9일 서울 성북구 순교자의소리 사무실에서 번역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닐너가르되거둘거슨만으되싹군이젹으니맛당히농쥬게구하여싹군을보내여그거두넌데나아가게하리니.”(눅 10:2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

“닐러 가로되 ‘거둘 것은 많으되 삯꾼이 적으니 맛당히 농주에게 구하여 삯꾼을 보내어 그 거두는 데 나아가게 하리니.’”(눅 10:2 ‘누가복음전서 21세기 존로스 독자판’)

140년 전 발간된 최초의 한글 성경이지만 현대인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가 탈북민들의 손길로 다시 태어났다. 기독NGO인 순교자의소리(대표 현숙 폴리)는 9일 서울 성북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탈북민들이 직접 번역한 ‘누가복음전서 21세기 존로스 독자판’ 출간을 알렸다.

순교자의소리 최고경영자인 에릭 폴리 목사는 “존 로스 선교사가 만든 최초의 한글 성경은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고, 번역본도 평범한 기독교인을 위해서가 아닌 연구 목적으로 나온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당시 조선 사람들이 한글로 처음 접한 하나님의 강력한 음성을 지금의 한국 성도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번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순교자의소리는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를 조선 북부와 서부 조선인들이 평안도 사투리로 번역했기에 북한 사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순교자의소리가 운영하는 탈북민학교 학생들이 성경 번역을 맡았다.

폴리 목사는 “로스 선교사도 비전문가인 조선인들과 함께 성경을 번역했지만 영국성서공회로부터 ‘지금까지 출간된 한국어 성경 번역본 가운데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며 “우리도 로스 선교사의 번역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그들이 사용했던 영어 주해, 중국어 성경, 프랑스어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인원이 탈북민들과 한 팀이 돼 완성도 높은 번역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번역본은 원본의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전환했고 어순 문법 맞춤법을 조정했다. 원본의 표현을 유지하면서 생소한 어휘를 설명하는 주해도 첨가했다. 단어 의미를 파악하고 문장을 이해하며, 현재 사용되지 않는 단어의 뜻을 찾아내는 등 14개월간 진행된 모든 과정이 탈북민들에겐 도전이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로스 선교사의 번역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는 비기독교인이었다가 성경 번역을 하면서 기독교인이 된 사람도 많다. 우리 탈북민들도 번역 중에 은혜와 간증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탈북민 안모씨는 “하나원을 수료하고 교회에 출석하긴 했지만 설교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성경 번역을 한 지금은 말씀을 이해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순교자의소리는 먼저 북한과 탈북민이 사는 지역에 비공개로 번역본을 배포했다. 일반 성도들도 홈페이지와 전화 주문으로 구입할 수 있다. 내년에는 요한복음과 사도행전, 2024년에는 신약성경 전체를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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