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동맹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0차 아세안·미국 정상회의 후 양측 관계를 격상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인도·태평양에 관한 아세안의 관점’(AOIP)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개방되고 포용적인 규칙 기반의 역내 구조를 장려하는 데 있어 기본 원칙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아세안 주도의 해양 협력을 촉진하고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통해 해양안보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격상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양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바꾼 지 7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외교 복원을 통한 중국 견제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과 호주는 이미 지난해 아세안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고리 폴링 동아시아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정상적인 외교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이라며 “아시아에서는 (직접) 얼굴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과 만나기 전 훈센 캄보디아 총리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레암 해군기지 상황에 우려를 제기하고 해군기지에서 중국군의 활동을 완전히 투명하게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레암 해군기지 북쪽에 비밀 해군기지를 조성하는 중이라고 미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캄보디아는 이를 부인했고 중국도 캄보디아 해군기지를 현대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캄보디아에 감사를 표하면서 국가 이름을 콜롬비아로 잘못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