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장’ 선 교회엔 사랑이 가득

도림교회 성도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교회에서 열린 ‘이웃 사랑 나눔 바자회’에서 지역주민들에게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박용미 기자


수서교회가 서울 강남구 궁마을공원에서 마련한 ‘제15회 농수산물 직거래장터’ 현장. 수서교회 제공


가을비가 지면을 적시던 12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정명철 목사). 빗방울을 뚫고 몰려든 사람들로 교회가 시끌벅적했다. 도림교회가 개최한 ‘이웃 사랑 나눔 바자회’에 들른 인파였다.

“김치 한 박스에 1만5000원, 달걀 10구에 1000원입니다.” 파격적인 가격에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통상 교회 바자회는 적게라도 이윤을 남겨 교회 사역과 선교활동에 사용하는 것과 달리 도림교회 행사는 ‘손해 볼수록 성공하는 바자회’를 지향한다. 지역주민을 위해 좋은 상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는 취지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날 가장 인기를 끈 품목은 단연 김치였다. 성도들이 며칠 전부터 직접 담근 김치(4.5㎏) 2500박스를 시중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내놓자 빗줄기 속에서도 김치를 사려는 대기줄은 끊이지 않았다. 지하주차장에서는 20여개 부스에서 의류와 과일 식품 등이 판매됐고 5층 식당엔 성도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이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한쪽에서 닭강정을 만들던 김호수 권사는 “이틀 전에는 김치를 담갔고 오늘은 아침부터 닭을 튀기고 있다”며 “몸이 힘들긴 한데 기분이 너무 좋다. 지역주민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까 집에 가서 몸살이 난대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림교회는 이날 행사에 연인원 2만명이 들른 것으로 추산했다. 정명철 목사는 “이번 바자회는 교회가 이웃에게 사랑을 전할 좋은 기회이자 코로나19로 지친 이웃을 위로하는 자리가 됐다”며 “내년엔 더 큰 손해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수서교회(황명환 목사)는 주일인 13일 서울 강남구 궁마을공원에서 ‘제15회 농수산물 직거래장터’를 열고 미자립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을 격려했다. 강원도부터 전라도까지 전국에서 16개 교회가 참여해 과일 곡식 유제품 육류 등을 성도와 지역주민에게 판매했다. 미자립교회는 판로를 얻고 성도들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기회였다.

전남 화순의 월평교회 임봉기 목사는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 파 갓 깻잎 배추로 담근 김치, 성도들이 거둔 콩과 팥을 1t 트럭에 가득 싣고 왔다. 임 목사는 “전날 밤 9시에 출발해 휴게소에서 한숨 자고 새벽에 서울에 도착했다. 이 한 번의 직거래장터 수익이 몇 달 치 교회 운영비가 되기 때문”이라며 “10여명의 성도를 위해 농사를 지으면서 목회의 소명을 다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도시교회의 배려와 관심이 농어촌 목회에 큰 힘이 된다고 고백했다. 강원도 원주 작실교회의 강재석 목사는 “몇 년 전 직거래장터 행사 때는 상경하기가 어려웠는데 수서교회 성도들이 상품을 대신 팔아 수익금을 부쳐 주셨고, 3년 전에는 수요예배 강단에서 설교할 기회도 얻었다”면서 “농어촌 목회가 어렵지만 도시교회의 격려로 또 한 명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고 고마워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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