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0년 전 백지화됐던 ‘서울항 조성사업’을 재추진한다.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2026년 서울 여의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중국이나 제주도 등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다만 서울시가 이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서해로 이어지는 서해뱃길을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세계로 향하는 서해뱃길’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업의 핵심은 지방관리무역항으로 지정된 여의도에 2026년까지 서울항을 조성하는 것이다. 앞서 서울항 조성사업은 2010년 오세훈 시장이 재선 후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으나 토건 사업에 부정적이었던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인 2012년 백지화된 바 있다.

서울시는 2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서울항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내년부터 한강~경인아라뱃길 유람선을 정기운항한다. 시는 지난 9월 1000t급 선박이 오갈 수 있도록 한강 갑문 인근 수역의 수심을 3.5m로 확보하는 준설을 완료한 바 있다. 이후 현재 민간 선박회사에서 1000t급 유람선을 시범 운항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경인아라뱃길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선착장 크기 문제로 여의도에 정박하지 못하고 회항하고 있다. 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효대교 부근에 있는 여의도 선착장을 65m에서 95m로 확장할 계획이다.

시는 2단계로 2026년까지 현재 여의도 선착장 부지에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을 조성한다. 서울항이 조성되면 여수나 제주도 등 국내 항로가 먼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시는 국내선은 현재 서해뱃길을 오갈 수 있는 규모의 배를 이용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양관광 수요를 바탕으로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 기능도 도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CIQ 기능이 도입되면 비행기 환승처럼 인천항에 도착한 대형 유람선 승객들이 수속 절차를 밟지 않고, 배만 갈아탄 뒤 바로 서울로 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항이 완성되면 현재 여의도 선착장은 한강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서울항 조성과 함께 한강의 수심과 교량 높이, 교각의 간격 등을 고려한 ‘한강 맞춤형 선박’ 기준도 만든다. 한강 맞춤형 선박이 도입되면 여의도에서 서해를 거쳐 중국 등을 직접 오가는 항로도 생길 전망이다.

다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사업 추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환경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큰 배들이 오가면서 미치는 생태계의 악영향과 수질오염 문제는 경인아라뱃길만 보더라도 충분히 확인된다”며 “불필요한 시설을 끌어들이느라 행정과 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가능한 많은 공간을 자연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우려에 대해 “내년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환경 측면도 고려해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