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 한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하락세가 연말 이후 멈추고 반등할 전망이다. 중국 고객사의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감소가 가시화하는 시점이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시기와 맞물리면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4일 “MLCC 업체간 제품 가격인하 경쟁이 올해 4분기에 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제품이다. 전자업계에선 ‘전자산업의 쌀’로 부른다. 주로 소비자용 기기(스마트폰·PC·TV)와 자동차 등에 탑재한다.
올해 4분기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 그래픽카드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재고 조정 바람이 불면서 MLCC 가격 내림세는 주춤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수주액(Book)을 출하액(Bill)으로 나눈 비율을 뜻하는 BB율이 올해 4분기에 0.81을 기록한다고 추정했다. BB율이 1보다 낮으면 출하량이 주문량보다 많아 ‘업황 침체’로 해석한다. 여전히 침체기이지만, 지난 2분기 0.93에서 3분기 0.86로 떨어지며 급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확연히 줄어드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 중국의 코로나 봉쇄에 따른 수요 급감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MLCC 가격은 전년 대비 10% 이상 추락했었다. 이 때문에 MLCC 제조사들은 선제적으로 감산에 돌입했다. 감산 효과에 더해 내년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모델 출시, 글로벌 TV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등이 겹치면 MLCC 시장은 반도체 한파 속에서 ‘나홀로 회복기’를 맞이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현물시장의 재고조정이 끝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장 시장의 약진도 MLCC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장용 MLCC는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기능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이 때문에 IT기기용 MLCC보다 비싸다. 또 전기차에 들어가는 MLCC의 개수(약 1만2000개)는 내연기관차(3000~5000개)보다 많다.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이 점차 해소되면서 자동차 업체의 전자부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