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찾아간 경기도 시흥의 소망교회(이정현 담임목사). 교회의 한 공간에 성도 수십명이 옹기종기 모여 신앙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 기간 교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그룹 모임’ 현장이었다. 교회에서 마련한 다양한 소그룹 모임을 통해 성도들은 더 가까워지고 주님을 더 잘 알아갔다.
활발한 소그룹 모임의 이면에는 담임인 이정현 목사의 남다른 목회 철학이 있었다. 그는 “하나님은 모든 인류를 소그룹 안에서 살도록 창조하셨으며 기독교의 소그룹은 교회의 기본 구조”라고 전제했다. 이어 “소그룹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다른 사람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하나님의 말씀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창구”라며 “이를 통해 의미있는 교제와 함께 개인적인 신앙성장, 영육적 나약함을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소그룹 눈길
소망교회의 소그룹 모임은 다양하고 체계적이다. 우선 성도들의 신앙 성숙을 위해 양육반의 필요성을 실감, 두란노에서 나온 ‘일대일 제자 양육’ 교재로 삼아 양육반(10주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양육반은 소망교회의 교사나 중직자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개척 때부터 이어져 온 새가족 성경공부반(4주 과정)도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경험이 많은 다른 교회 목사에게 도움을 받아 현재 주일마다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새가족이 많을 때는 한 주에도 참석자가 20명이 넘을 때가 있다. 새가족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새가족부원 10명이 옆에서 도와주기도 한다. 현재까지 교회 등록자의 80%가 새가족 성경공부반을 이수했다.
수 년 전부터는 신구약 성경 읽기반도 운영하고 있다. ‘어 성경이 읽어지네’라는 교재로 신약 읽기반, 구약 읽기반으로 나눠 각각 13주 과정으로 진행한다. 즉 한 사람이 교회에 등록하면 새가족으로서 4주 동안 공부를 하고 10주 동안의 양육반(기도학교반, 예배학교반)을 마친다. 이어 각각 13주 동안의 신구약 성경읽기반을 거쳐 그 이후 적어도 1년 과정의 다양한 프로그램(제자훈련반, 크로스웨이 성경공부반, 성경개론반)에 들어가 성경공부와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작은 교회’ 같은 구역 모임
소망교회의 구역 모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성경공부 모임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구역 안에 성경공부, 나눔, 봉사, 전도, 선교 등 모든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성경공부반 안에서 말씀공부 외에 다른 기능들도 수행할 수 있겠지만 여건, 모임 횟수,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구역이 이같은 기능들을 수행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소망교회는 구역의 목적이자 큰 강점은 ‘작은 교회’로서의 기능이고, 이에 따라 구역 모임은 단순한 성경공부나 친교를 위한 모임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망교회의 구역 모임은 주로 목·금·토요일에 이뤄진다. 주일에 모이는 구역도 있고, 모이지 못하는 구역은 담당 교역자들이 직접 찾아가 예배를 인도하기도 한다. 담임목사의 주일 설교 요약본이 주보에 실리는데 구역모임에선 그것을 위주로 은혜받은 내용을 나눈다.
이에 따라 주보에는 항상 두 가지의 질문이 있다. 첫째 이 본문의 전체적인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질문이고 두번째는 내가 은혜받고 깨달은 부분을 다른 식구들과 함께 나누는 질문이다. 5년째 구역모임을 인도하는 명정미(64) 권사는 “인도자들은 구역 모임의 인도를 위해 주일 설교를 한번 들은 후 동영상을 통해 설교를 한 번 더 듣는다. 그리고 요약본을 여러번 읽으면서 숙달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역예배의 방학이 1월과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에 있다. 1월은 추운 사정도 있지만 새로운 구역조직이 구성되면서 신규 구역원들 사이에 교제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인도자 및 구역장을 위한 수련회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7월부터 시작되는 약 한 달간의 방학은 교회의 여름성경학교 지원 및 인도자의 수련회 때문이다.
온라인 소그룹 모임도 구상 중
최근 몇년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방역 지침으로 교회의 소그룹 모임이 많이 위축되거나 소멸됐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향후 소망교회는 소그룹 모임을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목회적 대안은 소그룹 모임 활성화 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소그룹 모임은 물론 온라인 소그룹 모임도 구상 중이다.
이 목사는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소그룹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신앙생활이 더 활발하다’는 통계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약화된 소그룹을 살려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소그룹 리더의 신앙 근력을 강화해야 하고 소그룹의 중요성과 그 효과를 더욱 강조하며 교육해야 한다”며 “소그룹이 강화돼야 대그룹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미래의 교회가 살 길은 소그룹 모임을 통해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양육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흥=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