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생들의 ‘탈종교·탈교회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크리스천이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대학생, 이른바 ‘가나안 대학생 성도’ 비율도 부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와 교회가 경제적인 측면 등 대학생의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양성과 개별성이 중시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흐름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15일 전국 대학생 154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의식과 생활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생의 무종교인 비율은 2017년 67.7%에서 지난 8월 기준 73.7%로 6% 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종교를 갖고 있는 학생 중에서도 ‘종교를 완전히 포기하고 싶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7.8%에서 13.7%로 5.9% 포인트 늘었다. 무종교 학생 중 8.7%만이 향후 종교를 믿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점을 감안하면 종교인 유출 비율이 유입 비율보다 높아 ‘탈종교’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회 출석’으로 가늠해 본 기독 대학생의 신앙 성숙도는 어떨까. 기독 대학생 548명을 대상으로 교회 출석 여부를 물은 결과 출석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대학생’ 비율은 지난 8월 기준 41.7%로 2017년(28.3%)보다 13.4% 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도 교회 미출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출석하지 않는 대학생 중 26.4%가 ‘코로나19 발생 후부터 출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학생의 탈종교·탈교회화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종교와 교회가 대학생이 당면한 현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취업, 즉 경제 문제다. 반면 종교나 교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직시하지 못하고 좁은 의미의 신앙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이는 대학생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학복협 조사에서 대학생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스트레스 요인은 ‘취업’(77.6%)이었다.
대학생의 탈종교·탈교회화가 포스트모던 시대에 나타나는 글로벌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송재룡 경희대 종교사회학과 교수는 “포스트모던 시대는 다양성과 개별성을 중시한다. 이러한 시대에 종교는 상대적인 우위를 획득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절대적 진리,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반이나 제도를 잃어버렸고 대학생들도 시대 흐름에 영향을 받아 종교와 교회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문 결과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종교나 교회가 대학생을 효과적으로 유입하려면 대학생들의 삶과 신앙을 별개로 두지 않고 그들의 삶 속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의 신앙이 더 크게 흔들린다. 기본적인 여건이 충족돼야 신앙 생활도 가능하다”면서 “교회 내부에 청년 일자리 관련 연구모임이나 세미나 등을 활성화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