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사역자는 항상 영성이 충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듣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흘려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친 마음도 들어 쓰시는 분이었다. 장진숙 작곡가가 말하는 히즈윌 5집 타이틀곡 ‘믿음이 없이는’의 탄생 배경이다.
장 작곡가는 최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곡을 만들던 2016년은 첫 아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온 시기였다. 하나님을 찾기보다 시간 나면 쉬고만 싶었고 예배에 대한 사모함도 사라졌던 때”라며 “그래도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소명을 생각하며 아이가 잠든 새벽에 일어나 어두운 방에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잃어버린 믿음에 대해 솔직하게 써 내려갔는데 이런 고백도 주님이 사용하시고 많은 영혼을 살리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 하나니/ 주를 찾는 자 반드시 만나리/ 믿음이 없어서 무너진 삶의 모든 자리에/ 다시 주님을 기다립니다.” 곡의 가사처럼 하나님을 다시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몸부림친 그를 하나님은 회복시켜 주셨다.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유학을 준비하다가 하나님의 인도로 CCM 작곡을 시작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운문 형식으로 써오던 일기에 곡을 붙였다. 작곡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멜로디를 들려주셨다. 10분 만에 첫 곡을 만들었고 한 달 동안 30곡을 작곡했다. 유학을 위해 모아놨던 비용을 쏟아부어 2008년 발매한 앨범이 히즈윌 1집 ‘Driven By HisWill’이다.
“하나님은 제가 작곡하면서 그 곡을 통해 주신 은혜를 많은 사람과 나누기 원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순종해서 유학을 포기하고 음반을 냈고요.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시면 하루 만에 부활절 칸타타를 완성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영감을 안 주시면 1년에 한 곡도 못 쓰죠. 나의 능력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으로 작곡한다는 걸 확신합니다.”
첫 앨범 발매 후 곡을 듣고 회복의 은혜를 경험한 이들이 메일로 연락을 보내왔다. 암 투병 환자가 위로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람이 치유를 얻고, 남편을 잃고 세 자녀와 막막한 삶을 살던 아내가 희망을 가지게 됐다. 원래는 앨범 한 장만 내고 다시 유학을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놀라운 열매를 경험하고 나서 찬양 사역이 사명이 됐다. 지금까지 정규 앨범 7장과 크리스마스 앨범, 연주 앨범 전곡을 작사·작곡했다.
초창기에는 그가 앨범 주문을 받고 포장하고 배송까지 다 하는 ‘가내수공업’을 했다. 앨범에 손을 얹고 주문자를 위해 기도한 뒤 앨범을 보냈다. 한 앨범의 수익금이 나면 다음 앨범에 투자했다. 선한목자교회 성가대와 사랑의교회 어린이 성가대 지휘 활동도 했다. 그렇게 10여년 간 마니아층에만 알려지다가 한 찬양사역자가 히즈윌의 곡으로 거리공연을 한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이제는 잠시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다음 달 온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간다.
“성가대를 지휘하면서 가르치는 실력은 늘었지만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채워져야 또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3년 예정으로 지휘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영국에서도 새로운 영감을 받아 작곡 활동은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에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을 하고 있다. 아직 한국교회에서는 예배음악이 많이 불리고 있지만 개인의 신앙을 고백하는 CCM을 꾸준히 만드는 게 목표다.
“곡을 통해 하나님이 제게 주신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고 싶어요. 개인의 기도 같기도 하고 고백 같기도 한 가사에 듣는 이들이 공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성도들의 삶에 가까운 곡, 힘이 되고 위로를 주는 곡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