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지구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축구 경기는 올림픽에도 포함되는 종목이지만 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단일 축구 대회는 올림픽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끈다. 최근 월드컵(2018 러시아)의 시청자는 35억7200만명이었다. 이는 2020 도쿄올림픽 시청자(30억500만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월드컵 기간에는 전쟁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3년째 내전 중이던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2005년 10월 딱 1주일간 총성이 멎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활약하던 대표팀 부동의 에이스 디디에 드록바(44)가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1주일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아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축구 선수들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축구황제 펠레(82)가 체육부 장관을 지냈고 1994년 미국월드컵 우승의 주역 호마리우(56)는 상원의원으로 활약 중이다. 미국 해방노예들이 건국한 나라인 라이베리아의 대통령 조지 웨아(56)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세기 아프리카 최고의 선수’로 선정될 만큼 현역 시절 걸출한 선수였다.
카타르월드컵 개막에 맞춰 여의도 정가에도 축구 바람이 불고 있다. 한일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하는 한일의원연맹 친선 축구대회가 오는 2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3년 만에 열리는 이 대회를 앞두고 여야는 출전 선수들을 뽑기 위한 명분으로 지난 18일 축구 시합을 가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중심으로 팀을 나눈 의원들은 치열한 볼 다툼을 벌였다. 축구공을 놓고 겨룬 여야의 대결은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
여야가 축구 경기를 갖기는 22년 만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검찰 수사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예산안 힘 겨루기 등으로 정쟁이 그칠 날이 없는 여의도에 축구 경기는 모처럼 여야가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한 이벤트였다. 정치도 축구처럼 치열하게 경쟁하되 결과에 승복하고 화합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