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사진)는 지금 당장 계약해도 약 18개월 후에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 대기가 하도 밀려 사고 싶어도 사기 힘든 상황인데 최근 이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제기되는 의혹이 있습니다. 도로에서 보이는 아이오닉6는 죄다 택시뿐인데, 따로 택시 물량을 빼둔 뒤 먼저 공급한 것 아니냐는 것이죠.
실제로 현대차는 신차 홍보 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하곤 했습니다. 현대차가 택시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시장이 중국입니다. 2000년대 초 중국 시장에 뛰어들면서 택시에 아반떼와 쏘나타를 공급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현대차는 중국 진출 글로벌 자동차 기업 가운데 ‘최단 기간 연간 100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동남아 시장 공략의 주요 거점인 싱가포르에도 2007년부터 택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일본 ‘MK택시’에 아이오닉5 5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 전기차 시장 공략의 첫발을 내딛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한국에 아이오닉6를 택시 전용모델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보급형 대중 모델’이라는 인식이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에 입혀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최근 고급화 전략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 보급 전략은 맞지 않다고 본 겁니다. 현재 현대차가 택시 전용모델로 판매하는 차종은 그랜저와 쏘나타, 기아는 K8뿐입니다. 현대차에 문의하니 지난달까지 판매한 택시용 아이오닉6는 1212대입니다. 이건 전부 택시법인이나 개인 택시기사가 따로 구매한 뒤 미터기를 따로 달고 영업용차로 등록한 겁니다. 전기차는 유지비가 적게 드는데 아이오닉6는 1회 충전으로 최대 524㎞(환경부 인증 기준)를 달릴 수 있어 주행거리가 긴 택시기사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아이오닉6의 누적 판매량은 5509대입니다. 5대 중 1대가 택시인 셈인데, 거리에서 본 아이오닉6가 죄다 택시인 건 택시가 일반차량보다 도로를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 아닐까요.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