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첫 번째 빔 인출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희귀 동위원소’ 연구를 바탕으로 기초과학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라온의 저에너지 전체 구간 시운전은 내년 3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 15일 대전에 위치한 중이온가속기 연구 시설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2011년 관련 사업이 시작된 지 11년 만이다.
중이온가속기는 우라늄 같은 무거운 이온을 초속 15만㎞까지 가속시켜 표적 물질에 충돌시키고, 입자가 깨어지거나 합쳐지면서 생성되는 희귀한 동위원소를 연구하는 시설이다. 우주가 ‘빅뱅’을 일으켜 원소들이 생겨나는 시점을 재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얻은 정보는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원소를 찾아내 우주 탄생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신소재·신약 개발, 청정 에너지원 확보, 암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라온은 저에너지 구간(가속모듈 54기)과 고에너지 구간(가속모듈 48기)으로 나뉜다. 총 길이가 550m에 달해, 선형 중이온가속기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해외 중이온가속기는 가벼운 이온을 무거운 표적 원소에 충돌시키는 ‘ISOL’ 방식과 무거운 이온을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IF’ 방식 중 한 가지만 채택했지만 라온은 세계 최초로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했다.
축구장 137개 크기 부지에 연구동 11개가 들어섰는데, 핵심시설인 가속 장치 등은 방사선이 방출될 수 있어 지하에 위치한다. 지난해 완공된 저에너지 가속장치는 거대한 금속탱크가 열차처럼 연결된 형태였다. 이 중 5기가 지난달 첫 번째 빔 인출에 성공했다. 라온의 정상 작동이 확인된 만큼 연구소는 이달 말 가속 모듈 중반부의 빔 인출을 시도하는 등 단계적으로 시험 구간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 3월 빔 시운전을 마치고 활용성을 검증한 뒤 2024년 10월부터 실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라온이 고에너지 구간 설비를 구축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고에너지 구간 선행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이후 본 제품 제작과 시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홍승우 연구소장은 “처음 연구시설을 구축하려고 할 때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과학자들의 꿈과 열정으로 이겨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구축단장은 “빔 인출을 본격화할 경우 국내외 연구자들이 라온을 이용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