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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긴 경기침체 진입”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주가가 현재처럼 저평가된 때에는 투자를 하기 전에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결국 코스피는 다시 3000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결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21일 “내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오래 지속하는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선다. 실물경제 충격으로 내년 1월 말 코스피는 215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가 반짝 상승했지만 올 4분기부터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셈이다.

김 교수는 “우리 경제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국내 소비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가계부채 문제도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 교수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거시경제 전문가다. 상승장에서 위기 징후를 일찍 포착해 경고해온 그는 ‘한국의 닥터 둠(Doom·파멸)’이라고 불린다. 김 교수는 2001년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그 이후의 반등,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경제 위기를 예측하면서 주가를 올렸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김 교수와의 인터뷰와 이후 전화통화를 통해 주가 흐름과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별명과 달리 최근엔 낙관론을 펴고 있다.

“과거에 코스피가 3000을 넘었을 때는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주식이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

-얼마 전에 코스피가 2400선을 회복했는데.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고 달러 약세도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영향을 끼쳤다. 최근까지 주가와 관련해선 주로 미국 금리와 물가 상승,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등이 이슈였다. 그런데 물가 상승률은 앞으로 심각한 수요 위축 때문에 많이 꺾이리라고 보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실물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 어려움이 주식시장에 주는 충격은 얼마나 될까.

“주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금리보다 더 중요한 게 경기다. 기업 수익이라는 말이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2.1%, 2.5%로 전망했지만, 훨씬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 4분기 기업 수익 역시 예상치보다 훨씬 낮게 나올 것이다. 내년 1분기 초에 코스피가 지난 9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언제 저점을 찍을까.

“저점은 지난 9월 2150, 그다음에 내년 초 2150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상단은 2600~2700이라고 본다. 앞으로 2년 정도는 주가가 박스권이라고 보는 이유는 경기가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작고 기업 수익도 별로 증가 안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는 얼마나 지속될까.

“2~3년은 갈 거 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기보다 침체 국면이 더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정부 부채가 굉장히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물가는 앞으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높은 상태로 유지될 공산이 크니 금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가계·기업 부채가 많으니까 소비와 투자는 안 늘어날 것이다. 2008년이나 2020년에 가능했던 ‘V자형 회복’이 이번에는 힘들다는 얘기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와 같은 금융위기가 닥칠까.

“그때와는 차이가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가계부채는 102% 수준으로 당시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다. 금융회사들도 과거에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위험 관리를 더 잘하고는 있다. 리먼브러더스 같은 큰 금융회사가 파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1997년과 비슷한 수준의 위기까지도 아닐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재 가계는 소비 여력이 계속 줄어드니까 소비 중심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증시 전망은 어렵다. 본인 전망이 틀릴 수도 있는데.

“코스피가 3000을 찍었을 때 2200을 경고했었는데, 지금 21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웃음). 물론 예상은 틀릴 수도 있지만, 증권회사 다니면서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관점에 따라 정반대의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나는 여러 데이터와 경제통계 모델을 갖고 예측을 하고 있다.”

-앞으로 주식 투자 전략은.

“내년 1월까지는 주가 조정기라고 보고 있다. 단기 투자 비중을 좀 줄였다가 내년 초 다시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 멀리 내다보면 삼성전자도 지금 과소평가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보는데, 올랐다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 다시 떨어지면 비중을 늘릴 차례다. 또 전기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 1월 하락장 때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사놓으면 20%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자산이 많을 것 같다.

“축적된 자산이 많지는 않지만 매달 몇 백 만원씩 남을 위해 쓸 수는 있다. 책을 써서 얻는 인세를 다 기부하고 있고, 자동이체로 하는 기부도 하고 있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해는 한 번도 없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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